시추 지점에 정박해 정확한 시추위치를 조정하고 있는 웨스트카펠라호의 모습. (한국석유공사) 2024.12.20 (뉴스1)

동해 대왕고래 가스전 개발 실패, 경제성 없다는 최종 결론

윤석열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 중 하나였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첫 번째 큰 시련을 맞았습니다.

한국석유공사가 약 1200억 원을 투입해 진행한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첫 탐사시추 결과, 경제성 있는 가스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분석 결과는 단순히 한 번의 실패를 넘어서 국내 에너지 자립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시추 지점에 정박해 정확한 시추위치를 조정하고 있는 웨스트카펠라호의 모습. (한국석유공사) 2024.12.20 (뉴스1)
시추 지점에 정박해 정확한 시추위치를 조정하고 있는 웨스트카펠라호의 모습. (한국석유공사) 2024.12.20 (뉴스1)

대왕고래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동해 심해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입니다.

한국석유공사가 주도하는 이 사업은 총 7개의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하며, 그 중에서도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이 바로 대왕고래 유망구조였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에는 국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동해 가스전 개발은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자리잡았죠.

프로젝트의 기대와 현실

초기 예상에 따르면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는 열적 기원 가스를 50~70%의 포화도로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상업적 개발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으로,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시추 결과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 앞바다에서 석유·가스 탐사 시추 작업 중인 '웨스트 카펠라호' 모습. 2025.02.11 (뉴시스)
포항시 남구 구룡포 앞바다에서 석유·가스 탐사 시추 작업 중인 ‘웨스트 카펠라호’ 모습. 2025.02.11 (뉴시스)

시추 결과가 말하는 냉혹한 현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된 1차 시추 결과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지표인 가스 포화도가 예상했던 50~70%가 아닌 평균 약 6%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발견된 가스의 종류였습니다.

열적 기원 가스 대신 생물 기원 가스가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이는 상업적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종류입니다.

열적 기원 가스와 생물 기원 가스의 차이

이 두 가지 가스의 차이점을 이해하면 왜 이번 결과가 실망스러운지 알 수 있습니다.

구분열적 기원 가스생물 기원 가스
형성 과정지층이 깊게 묻혀 열과 압력을 받아 생성얕은 심도에서 미생물 활동으로 생성
상업적 가치높음상대적으로 낮음
매장량대용량 매장 가능소규모 매장
개발 경제성우수제한적

열적 기원 가스는 지하 깊은 곳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기 때문에 대용량 매장이 가능하고 상업적 가치도 높습니다.

반면 생물 기원 가스는 상대적으로 얕은 곳에서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매장량이 제한적이고 경제성도 떨어집니다.

실패 원인 분석

석유공사의 분석에 따르면 저류층이나 덮개암 등 기본적인 석유 시스템 요소들은 시추 전 예상과 상당히 일치했습니다.

문제는 심부 근원암에서 생성된 열적 기원 가스가 대왕고래 유망구조까지 이동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즉, 가스는 존재했지만 우리가 시추한 위치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이는 지질학적 구조나 가스 이동 경로에 대한 예측이 부정확했음을 의미합니다.

부산 남외항에 동해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입항 (연합뉴스)
부산 남외항에 동해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입항 (연합뉴스)


1200억 원 투자의 결과와 파장

약 12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된 이번 탐사의 실패는 여러 방면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에너지 자립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게 꺾였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탐사 추진”이라고 비판하며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대응과 향후 계획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전에 “대왕고래 시추가 실패했지만 시료를 분석해 추후 시추의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석유공사 역시 이번 분석 결과를 활용해 보다 면밀한 향후 탐사계획을 수립하고 탐사 성공률 향상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답변이 국민들의 신뢰 회복에 충분한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추가적인 탐사를 진행할 경우 또다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텐데, 이에 대한 명확한 성공 가능성과 경제성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해외 사례로 본 해상 가스전 개발의 현실

사실 해상 가스전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은 해외 사례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북해 가스전의 경우에도 초기 탐사에서 여러 차례 실패를 겪었고, 상업적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습니다.

호주의 경우에도 서호주 연안 가스전 개발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이런 사례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동해 가스전 개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해상 가스전 개발의 조건

해외 성공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충분한 사전 조사와 지질학적 분석이 선행되었다는 점입니다.

둘째,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했다는 점입니다.

셋째, 실패를 통한 학습과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과제와 방향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실패가 동해 가스전 개발 전체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6개의 다른 유망구조가 남아있고, 이번 실패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경험은 향후 탐사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탐사는 더욱 신중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방안

향후 동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점이 필요합니다.

먼저 탐사 전 예비 타당성 조사를 더욱 엄격하게 실시해야 합니다.

해외 전문기관의 검토를 받거나 독립적인 기술자문단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또한 탐사 과정과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개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실패할 경우의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안적 에너지 정책 검토

동해 가스전 개발과 병행해서 다른 에너지 자립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성 향상, 해외 에너지 자원 확보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 가지 방법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균형잡힌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위험 분산 차원에서도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실패는 분명 아쉬운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 나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접근을 통해 진정한 에너지 자립의 길을 찾아가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의 동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지켜보며, 보다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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